형법 제34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06. 7. 27. 2005헌바1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34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 ‘궁박’,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 등의 용어들이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인 간의 계약체결로 인하여 일방 당사자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사실상 일방 당사자로 하여금 그러한 내용의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인 간의 계약의 자유를 과잉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궁박’이나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이라는 개념도 형법상의 ‘지려천박(知慮淺薄)’, ‘기망’, ‘임무에 위배’ 등과 같이 범죄구성요건을 형성하는 개념 중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일정한 해석을 통하여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규범적 개념의 하나로서,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한다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니는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폭리행위는 단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결과의 측면뿐만 아니라 행위의 측면에 있어서 그러한 이익취득이 정당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궁박상태를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아 단지 폭리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균형한 재산상태를 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인 반사회적인 행위로 할 필요가 있으며, 부당이득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관은 개개 사안의 불법정도에 따라 징역형부터 벌금형까지 적절한 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구체적 사안에 따른 개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할 수 있어 형벌의 정도가 행위자가 초래한 불법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하기도 어려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인 간의 계약의 자유를 합리적 근거 없이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한다거나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이 성립되기 위한 비교기준이 되는 정당한 이익 내지는 원래의 급부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경우에 거래의 상대방이 궁박한 상태에 있다고 볼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가 정당한 이익이고 어느 정도로 이익을 많이 얻어야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인지 그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고, 학설 및 판례의 개념정의를 살펴보더라도 위 개념들을 해석함에 있어 객관적인 해석의 폭과 범위의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어 결국 구성요건의 해당 여부는 모두 법관의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으므로 개개 사안에 따라 법관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질 소지가 있고, 수사기관으로서도 객관적이고 구속적인 해석 및 집행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므로 자의적·선별적인 법집행에로 이끌리기 쉬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 제349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부당이득) ①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생략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2조, 제23조, 제37조, 제119조
주택법 제18조의2 (매도청구 등) ① 제16조 제2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사업주체는 당해 주택건설대지 중 사용할 수 있는 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건축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소유자(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고시일 3년 이전에 당해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 계속 보유하고 있는 자를 제외한다)에게 그 대지를 시가에 따라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청구 대상이 되는 대지의 소유자와 사전에 3월 이상의 기간 동안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3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인가를 받아 설립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매도청구는「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은 주택건설사업 또는 리모델링사업의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로 본다.
형법 제348조(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준사기) ① 미성년자의 지려천박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참조판례】
1. 헌재 2005. 9. 29. 2003헌바52, 판례집 17-2, 136-137 대법원2005.4.15.선고 2004도1246 판결(공2005상, 789)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2797 판결
2. 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399 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당 사 자】
청 구 인 마○임
대리인 법무법인 해동
담당변호사 임대규 외 4인 당해사건 인천지방법원 2004고단3518 부당이득 【주 문】
1. 형법 제349조 제2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형법 제349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그 자녀들과 함께 천안시 직산읍 소재 전 264㎡의 공동소유자로서, 피해자 ○○ 주식회사가 그 일대 토지 약 7,436평에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필요한 사업계획의 승인 및 분양허가 등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사업부지 100%를 모두 취득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청구인의 토지가 위 사업부지 중 가장 중심지에 위치함을 기회로 현저하게 높은 가격에 팔아 이득을 얻기로 마음먹고, 위 피해자회사가 위 건설사업에 토지매수비용 89억 원, 설계비, 교통영향평가비용 등 합계 약 105억 원을 투자한 상태에서 사업지연으로 금융비용 등 수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한편 천안시로부터는 2004. 3. 말경까지 청구인의 토지를 취득하지 못하면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는 등으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해 청구인의 토지를 조속히 매입할 수밖에 없는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2004. 3.경 위 피해자회사에게 위 토지를 당시 위 사업부지의 평균매매가인 평당 90만 원(총액 7,200만 원)보다 약 36배 비싼 평당 3,250만 원(총액 26억 원)에 매도함으로써 25억 2,800만 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형법 제349조 제1항(1995. 12. 2.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인천지검 2004형제30763호)되어, 2005. 2. 4.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인천지법 2004고단3518호)
(2)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중 청구인의 범죄사실에 적용된 법률조항인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위헌이라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5 초기 1429) 2005. 2. 4. 기각되자, 2005. 3. 5. 형법 제349조 제1항·제2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심판대상 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 제349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제2항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49조(부당이득) ①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 관련 법규정
형법 제348조(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준사기) ① 미성년자의 지려천박(知慮淺薄)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궁박한 상태”,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 “사람” 등 형법 제349조는 그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위 조항만으로는 그 처벌기준을 알 수가 없고 따라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자의적인 처벌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는 행위당시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어 명확성의 원칙을 내용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2)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계약체결행위가 국가공권력에 의해 처벌받게 되어 헌법상 보장된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범죄구성요건에 있어서도 가치개념을 포함하는 일반적·규범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고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구체적인 경우에 당해 행위가 그 적용을 받는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라면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양한 경제생활에서의 폭리행위를 처벌하여야 하는 부당이득죄의 성격상 구성요건에 일반적·규범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피하고 따라서 ‘궁박한 상태를 이용’, ‘현저히 부당한 이익의 취득’ 등의 개념을 사기죄나 준사기죄에 상응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2) 형법 제349조도 다른 재산범죄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공정한 경쟁 및 사회공동생활의 유지를 위하여 마련한 최소한의 ‘룰(Rule)’을 벗어나 오히려 자유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지나친 폭리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므로 헌법 제10조,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119조 제1항을 위반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궁박’이나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 등은 사기죄의 ‘기망’, 배임죄의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 등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생활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위해 입법기술상 불가피한 일반적·규범적 개념일 뿐이고, 사적자치의 원칙과 재산권의 행사도 어느 특정인만의 기본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기본권이므로 기본권의 행사가 부당하게 다른 구성원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마땅히 이를 제한하여야 할 것이며, 부당이득죄는 거래의 공정을 꾀한다는 목적의 정당성, 거래상의 신의성실에 중대히 위반하는 경우에 처벌한다는 방법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 그리고 처벌로서 도모하려는 시장경제질서의 유지라는 공익이 처벌을 받는 사인의 이익보다 충분히 크다는 법익의 균형성 모두 인정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법률의 위헌 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여 그 신청이 기각된 때에만 청구할 수 있고, 청구인이 당해 소송법원에 위헌 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법원의 기각결정도 없었던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그 심판청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헌재 1997. 8. 21. 93헌바51, 판례집9-2, 177, 188; 헌재 1999. 12. 23. 99헌가5 등, 판례집11-2, 703, 715 등). 기록에 첨부된 인천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2004초기1429)에 의하면 청구인은 형법 제349조 제2항에 대한 위헌 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법원의 기각결정도 없었으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그 심판청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형법상 부당이득죄의 입법례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부당이득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로서 하나의 조문에 부당이득죄와 우리 나라 형법 제348조의 준사기죄에 해당하는 내용을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현행 형법에는 부당이득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구 형법의 개정시안이었던 형법 가안에 그 처벌규정이 있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규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부당이득죄는 1995년에 법정형 중 벌금 부분만 2만 5천환 이하에서 1천만 원 이하로 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변경된 바 없다. 나.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두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판례집 8-2, 792; 헌재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55-656 등)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궁박’ 또는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의미가 무엇인지,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부당이득죄에 해당된다고 볼 것인지는 문언상 의미만으로는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그러나 ‘궁박’이나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이라는 개념도 형법상의 ‘지려천박(知慮淺薄)’, ‘기망’, ‘임무에 위배’ 등과 같이 범죄구성요건을 형성하는 개념 중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일정한 해석을 통하여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규범적 개념의 하나로서 특히 경제활동이 다양해지고 또 수시로 변화하는 오늘날에 있어서 ‘궁박’이나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유형이나 기준을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통상적인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것이 해소될 수 있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살피건대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바, 단순히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고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1246 판결(공2005상, 789);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2797 판결(공2005상, 789) 등]
한편 청구인은 ‘사람’이라는 개념에 자연인 외에 법인도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사람’이라는 법적 개념에는 자연인과 법인이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사람’에 법인도 포함된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없이 명백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계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위헌 여부
(1) 계약의 자유의 제한
헌법 제10조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의 행복추구권 속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들어있고, 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계약의 자유가 파생된다. 계약의 자유란 계약체결의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헌재 1991. 6. 3. 89헌마204, 판례집 3, 268, 275-276; 헌재 1998. 10. 29. 97헌마345, 판례집 10-2, 621, 633). 또한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서, 그 기초가 되는 사유재산제도와 경제에 관한 사적 자치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 제10조에 포함된 계약의 자유,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으며,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등 경제에 관한 공익을 위하여 법률상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법률상 제한을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인 간의 계약체결로 인하여 일방 당사자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얻을 경우 이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사실상 일방 당사자로 하여금 그러한 내용의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사인 간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그러한 제한이 헌법적 한계 내의 정당한 것인지를 본다.
(2) 제한의 필요성
부당이득죄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 즉 이른바 폭리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우리 형법은 형법 제39장 ‘사기와 공갈의 죄’의 장에 개인의 재산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의 하나로 사기죄 및 준사기죄 등과 함께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은 사업부지의 필수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일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자가 사업시행자에게 그 토지를 고가로 매도하는 속칭 ‘알박기’ 사안의 경우가 주로 문제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사인 간의 거래에 있어 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어떤 분야의 경제활동을 사인 간의 사적 자치에 완전히 맡길 경우 심각한 폐해가 예상되는데도 국가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정한 경쟁질서가 깨어지고 경제주체 간 부조화가 일어나게 되어 헌법상의 경제질서에도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에 있어서 이 사건과 같은 속칭 ‘알박기’의 경우에 있어서는, 단지 개인적인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 폐해가 심각하여 그 대책 마련이 강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알박기’는 민간 주택공급을 위한 사업부지 확보에 차질을 초래하여 주택개발 추진의 결정적 장애요인이 된다. 과다 투입된 토지비와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은 결국 분양원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되어 사업자의 부담증가뿐만 아니라 수분양자에게도 피해가 유발되고,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을 해치며, 투기적 거래행위를 조장하여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고 경제주체 간 부조화를 방지하며 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대상인 폭리행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제한수단의 적정성 등 과잉제한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상대방에게 시가 등 적정한 가격으로 목적물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적정한 가격을 초과하여 지급한 부분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을 하고 특히 징역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제재가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것인지 여부와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지 즉 법정형의 종류와 선택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판례집7-2, 397, 404; 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14-2, 390, 399). 따라서 계약에 있어서 궁박에 처한 상대방으로부터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민사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방법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할 것인지 그리고 형사처벌을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형사처벌을 할 것인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폭리행위는 단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결과의 측면 뿐만 아니라 행위의 측면에서 있어서 그러한 이익취득이 정당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궁박상태를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아 단지 폭리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균형한 재산상태를 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인 반사회적인 행위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한을 통한 피해구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와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하여 사전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반 예방적 효과를 갖는 형벌이 보다 실효성이 있고, 민사상 제재방법에는 그 한계성이 있으므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부당이득죄의 피해자는 계약에서 해방되지 못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하여 궁박상태가 초래된 것이라는 점에서 민법상 불공정법률행위의 제한과 같이 계약을 무효로 하는 방법은 또 다시 피해자를 궁박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이른바 ‘알박기’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주택법이 일부 개정(2005. 1. 8. 법률 제7334호)되어 제18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아파트건설업자 등 민간업자에게 일정한 경우에 목적 부동산을 시가로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나 매도청구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을 대체하여 폭리행위의 모든 피해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나아가 형사처벌로 인하여 초래되는 피해의 정도 측면에서 보더라도, 부당이득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관은 개개 사안의 불법정도에 따라 징역형부터 벌금형까지 적절한 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구체적 사안에 따른 개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할 수 있어 형벌의 정도가 행위자가 초래한 불법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대방의 곤궁한 점을 고의로 이용하는 등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사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지나치게 부당하게 많은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형벌의 정도에 있어서도 행위자의 구체적인 행위의 불법정도에 상응한 형벌을 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사인 간의 계약의 자유를 합리적 근거 없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한다거나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형법 제349조 제2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형법 제349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게 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32; 헌재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55; 헌재 2002. 2. 28. 99헌가8, 판례집 14-1, 87). 나.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개념인 ‘궁박’과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사전적인 개념은 매우 곤궁하다거나 이익의 정당하지 아니한 정도가 뚜렷하거나 분명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바, 위 구성요건상에는 이러한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거나 적용범위를 한정짓는 아무런 추가요소가 없고, 특히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이 성립되기 위한 비교기준이 되는 정당한 이익내지는 원래의 급부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위 개념들의 형법상의 의미도 사전적 의미와 괴리될 수는 없으므로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경우에 거래의 상대방이 궁박한 상태에 있다고 볼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가 정당한 이익이고 어느 정도로 이익을 많이 얻어야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인지 그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 ‘궁박’ 및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에 관한 학설 및 판례의 개념정의를 살펴보더라도 위 개념들을 해석함에 있어 객관적인 해석의 폭과 범위의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어 결국 구성요건의 해당 여부는 모두 법관의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으므로 개개 사안에 따라 법관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질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 “부당이득죄에 있어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부동산의 매매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 현저하게 부당한지 여부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당해 토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 및 보유기간, 주변 부동산의 시가, 가격결정을 둘러싼 쌍방의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의 이익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1246 판결(공2005상, 789)]함으로써 그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이러한 기준 역시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궁박한 상태에 있고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어야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예측과 일관성 있는 판단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라. 또한 부당이득죄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독일 및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죄의 대상이 되는 거래 및 행위의 유형을 유형별로 나누어 여러 조문에 걸쳐 상세히 규정하거나, 원래의 급부가치와 현저한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로 규정하는 등 예견가능하도록 구성요건을 가능한 한 구체화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
마.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되기 어려운 모호하고 막연한 형벌조항이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불명확한 형벌조항은 일반 국민이 예측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법집행의 자의성을 초래하기 마련이므로 재판기관은 물론 수사기관으로서도 객관적이고 구속적인 해석 및 집행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므로 자의적·선별적인 법집행에로 이끌리기 쉽다.
바. 따라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조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