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판결]
【판시사항】[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의무 [2] 소송과정에서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책임 여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바 없었음에도 원심이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법원의 석명의무 위반이라고 한 사례
[3]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소음ㆍ진동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당해 사업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4]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의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귀책사유가 없는 수급인도 연대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및 여기서 말하는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다는 것의 의미 [5] 건물 신축공사 과정에서 인근 건물에 균열 등의 피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원심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인근 건물의 노후 등의 과실상계사유를 전혀 참작하지 않은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조치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2]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3]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제1호, 제3호, 제4호, 제31조 제1항 [4]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4호, 제44조 제3항 [5] 민법 제396조, 제763조
【참조판례】[1][4]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공2005하, 1950) / [1]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7109 판결(공1994하, 3070),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공2002상, 559) / [3] 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55434 판결(공2001상, 606) / [4]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다58859 판결(공2001하, 1580) / [5]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공2004상, 529)
【전문】【원고, 피상고인】【피고, 상고인】【원심판결】대전고법 2006. 7. 12. 선고 2005나8802 판결 【주 문】원심판결의 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1 주식회사는 원고들 소유의 건물 및 그 대지 인근에 있는 28필지의 토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판매 및 업무시설[이하 ‘ (이름 생략)빌딩’이라 한다]을 신축한 건축주이고, 피고 2 합자회사는 (이름 생략)빌딩을 신축한 시공자이며,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는 피고 2 합자회사로부터 위 신축공사 중 일부인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한 회사인 사실,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는 (이름 생략)빌딩 부지에서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를 시공함에 있어 원고들 소유의 건물이 있는 지하벽면쪽은 CIP 공법 및 SCW 공법을 병행하여 시공하였고 그 모서리 부분은 Strut 공법으로 보강하였던 사실, (이름 생략)빌딩 부지의 경계로부터 원고 1의 건물은 약 5m, 원고 2의 건물은 약 13.5m, 원고 3의 건물은 약 5.7m의 거리를 두고 위치하여 있는데, 위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의 영향으로 인근 토지에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 소유의 건물에는 대지 지반의 부동침하, 건물 변위(기울어짐), 균열 등의 피해가 발생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신축공사장의 사업자인 피고 1 주식회사는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및 제3조 제1호, 제3호, 제4호에 의하여 위 신축공사장에서 시공된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의 지반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주변 토지의 침하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7109 판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소송의 심리과정에 비추어 볼 때,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은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규정의 특별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가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민법에 우선하여 환경정책기본법을 적용하여야 하지만,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건축주인 피고 1 주식회사가 위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를 구체적으로 지휘ㆍ감독함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다투어졌을 뿐, 피고 1 주식회사가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피고 1 주식회사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하여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 외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다. 한편,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및 제3조 제1호, 제3호, 제4호에 의하면,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위 환경오염에는 소음ㆍ진동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도 포함된다 ( 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55434 판결). 따라서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하여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이 사건 신축공사장에서 이루어진 위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 과정에서 환경오염에 해당하는 소음ㆍ진동이 발생하였는지, 나아가 어느 정도의 소음ㆍ진동이 어떠한 경위로 발생하였는지, 그 소음ㆍ진동으로 인하여 원고들 건물과 그 대지에 어떠한 피해가 초래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할 것인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하여는 전혀 심리함이 없이, 단지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의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의 영향으로 인근 토지에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건물에 그 판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을 인정한 채, 위 사실관계에 터 잡아 곧바로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하여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결국 원심판결은 피고 1 주식회사의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에 있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구체적인 사실을 인정함이 없이 법률을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한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 역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2. 피고 합자회사 피고 2 합자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은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 같은 법 제2조 제4호 본문 참조)의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하수급인은 물론 거기에 귀책사유가 없는 수급인도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다는 것은 건축법 등 각종 법령·설계도서·건설관행·건설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하여 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다58859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2 합자회사의 하수급인인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가 이 사건 신축공사장에서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서 인근 토지에 지반침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사를 진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여 인근 토지에 지반침하가 발생하여 인근 토지 지상 건물에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등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그 판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 2 합자회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들의 공통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되고(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건물 신축공사 과정에서 인근 건물에 균열 등의 피해를 일으킨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추ㆍ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건물이 노후하여 위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 이전에도 벽체에 균열이 생기는 등 하자가 있었고 또 가벼운 진동과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었으므로 피고들이 배상할 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고 1의 건물은 1953년, 원고 2의 건물은 1970. 12. 26., 원고 3의 건물은 1979. 1. 3. 건축되어 위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건축된 지 23년에서 48년이 지난 노후한 건물들임을 알 수 있고,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을나 제2호증의 기재, 제1심 감정인 오긍균의 감정 결과 등에 의하면 원고들의 건물에는 위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벽체에 균열이 발생하여 있는 상태이며, 특히 원고 3의 건물에 발생한 균열을 보수하는 데 적지 아니한 비용이 소요됨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이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전혀 참작하지 아니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조치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 할 것이다. 나. 한편, 건물의 시가를 한도로 하여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전수안 차한성(주심) |